미래뉴스실습 (2026-1)

공원(公園) 만들겠다더니 공원(空園) ··· 기약 없는 기다림

조성 안 된 공원 서울에만 132곳 ··· 서울시 전체 면적의 5분의 1

서울시는 "녹지 보전", 토지주는 "재산권 침해" ··· 해결되지 않는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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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암사역사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에선 완연한 봄날의 여느 공원처럼 화단엔 유채꽃이 만발하고, 산책을 즐기며 휴대폰 카메라에 공원을 담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면 평화로운 공원이라기엔 어색한 장면이 펼쳐진다. 쓰레기 더미와 자재, 중장비까지 방치된 듯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고, '차량을 이동하라'는 경고 현수막 앞엔 학원 버스와 대형 트럭들이 무단 주차되어 있다.

공원에 산책 나온 20대 주민은 "8년 넘게 공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공원의 조성 계획이 처음 확정된 건 2006년. 올해로 20년째다.

총면적 11만 198㎡ 중 공원으로 조성된 면적은 4년 전 기준 15.2%에 불과했다. 4년 전 이수희 강동구청장이 '2026년 5월 완공'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완공 예정일은 다시 4년 밀렸다. 공원 조성을 담당하는 강동구청 서윤석 주무관은 "빨리 조성이 안 되다 보니 주민 불편 민원이 정말 많이 온다"고 했다.

결국 예산 문제다. 개인 소유 땅을 매입해야 공원을 지을 수 있는데, 매년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2008년 시작된 토지 보상이 올해 12월에야 99% 완료될 예정이다. 감정평가액에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아 소송으로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소송 가면 3~4년은 기본"이라고 서 주무관은 말했다.

이 공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울시에만 조성이 완료되지 않은 공원이 132곳에 달한다. 면적으로는 서울시 전체의 5분의 1 수준이다.

"기다리면 된다더니" — 다시 묶인 사유지

2020년 7월은 공원 부지 내 토지 소유주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다. '공원일몰제'가 발동되는 시점이었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공원이 20년간 조성되지 않으면 지정을 자동 해제하고, 토지 소유자에게 부과됐던 개발 제한을 풀어주는 제도다. 수십 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재산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몰 적용 1년 전인 2019년, 실효 대상 전체 면적(118.5㎢)의 절반 이상인 69.2㎢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전환했다. 도시계획시설 공원과 마찬가지로 이 구역엔 엄격한 개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A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A씨가 강동구 고덕산 자락의 농지 270㎡를 사들인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그가 산 땅은 1971년부터 도시계획시설(공원)로 묶여 있던 곳이었다. A씨는 일몰제가 적용되면 이 자리에 도서관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몰 이틀 전인 2020년 6월 29일, 서울시는 고덕산 일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전환·고시했다. 도서관 계획이 막힌 A씨는 서울시에 지정 해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023년 11월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식생이 양호한 수림의 훼손을 막기 위한 서울시의 재량적 판단은 폭넓게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의 땅은 여전히 도시자연공원구역에 속해 있다.

A씨만의 일은 아니다. 10개 공원의 소유주 113명이 집단 행정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2024년 10월까지 행정소송 67건과 행정심판 30건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결과는 비슷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사유지 면적은 36.7㎢에 달하지만, 2030년까지 서울시가 보상을 계획한 면적은 6.3㎢로 전체의 6분의 1 수준이다. 나머지는 2031년 이후 추가로 12조 6,000억 원을 투입해 매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상을 기다리는 소유주들 가운데 일부는 공원 부지에 철책을 치고 출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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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원도시국 공원구역팀 함희진 팀장은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2031년 이후의 장기 보상 계획에 대해서는 "고시된 내용 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관리 사각지대, 뾰족한 대책은 없어

방치된 공원은 안전 문제로도 이어졌다. 2023년 8월, 관악구 신림동의 한 장기 미집행 공원에서 30대 여성이 대낮에 폭행당하고 성범죄 피해를 입은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방치된 공간에서의 범죄 우려가 커지면서 '민간특례사업'을 활용해 미집행 공원 해소에 속도를 내는 지자체도 있다. 민간이 부지 면적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대신, 나머지 공간에 민간 시설 건축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2025년 6월 공사가 완료된 용인시 현암근린공원은 공사대금 정산 분쟁으로 1년이 지난 지금도 개방되지 않고 있다. 아파트 입주는 예정대로 진행돼 시행사는 수익을 챙겼지만, 주민들은 공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은 지난 15일, 주민 커뮤니티에 "아파트 바로 옆에 예쁜 숲길 산책로와 시설들을 시민들이 못 쓰고 있다"며 "이대로 계속 방치하면 건물도 흉물, 데크길도 다 삭아버릴 것"이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파크 PFI' 제도다. 민간 사업자가 공원 내 수익 시설을 운영하고 수익 일부를 공원 정비에 환원하는 이 방식은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상업 시설로 유동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러운 범죄 예방 효과도 생겼다.

다만 한국의 상황과 그대로 맞지는 않는다. 일본조차 파크 PFI의 요건을 '일정 규모'와 '집객력'이 있는 '도시공원'으로 한정했다. 조성이 완료된 공원의 활성화와 유지 관리가 목적인 일본과 달리, 서울시의 우선 과제는 부지 매입과 녹지 보전이다.

규모와 성격은 다르지만, 사유지와 공원의 공존이라는 과제는 일본 국립공원에서도 꽤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다. 2017년 기준 일본 국립공원 내 사유지 비율은 26%에 달했다. 국립공원은 보전 가치를 기준으로 하여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유지가 어느 곳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관리 방식이 다르다.

특별보호구역을 제외한 구역들은, 자연보호와 이용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정 범위 내 개발이 허용된다. 사유지 주인과 공원관리사무소 간의 회의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난개발을 막아 공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토지주의 재산권을 인정하기 위한 지속적인 조치다.

한국의 미집행공원도 부지를 일률적으로 매입하는 대신, 다른 수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권영상 교수(건설환경도시공학부)는 "지자체의 공원 조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열어둬야 한다"며 "공공기여 방식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등 도시계획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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