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뉴스실습 (2026-1)

하루 10분이면 영어 완성?

2,100만 다운로드의 약속, 진짜 실력은 늘었나

하채림 실습기자

스마트폰 알림 한 번, 퀴즈 두세 개, 단어 카드 몇 장. 이것만으로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앱스토어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루 5~10분만 투자하면, 영어 실력을 확 높일 수 있다는 것. 앱으로 진짜 영어 실력이 늘까. 집중 점검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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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탐구 대상은 최근 영어 학습 앱 강자로 떠오른 3개의 앱이다. 세 앱을 합해 다운로드 수만 모두 2100만 건이다. 단어·어휘 학습에 특화된 A 앱, 회화·말하기 중심의 B 앱, 게임형 학습을 내세운 C 앱이다. 집중 점검을 위해 실제 이용자 1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영어 전문가에게 학습 효과의 과학적 근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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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 인터뷰

🧠 A 앱 — 어휘는 늘어도 회화는 "글쎄"

A 앱은 '영어가 그냥 툭' 캠페인을 통해 가볍고 부담 없는 어휘 반복 학습을 내세운다. 개발사 측은 "1년간 꾸준히 학습한 사용자는 평균 9,200개의 어휘를 습득해 실전 회화에 필요한 수준에 근접했다"라고 주장한다.

실제 이용자들의 평가는 이랬다.

▶ 김혜원(24세, 취업준비생) · 40일 사용
"실력에 맞는 단어를 꾸준히 반복 학습할 수 있어 어휘력 향상에는 좋지만, 이것이 실제 회화 실력 자체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항상 똑같은 예시 문장만 반복돼 나중에는 단어를 외우는 게 아니라 익숙한 문장 구조에 단어를 짜 맞추게 돼 실제 활용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 B 앱 — "틀려도 괜찮아" AI, 긴장감도 깊이도 줄었다

B 앱은 틀릴까 봐 선뜻 입을 열지 못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공략해 '틀려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앞세운다. AI가 사용자의 목소리 톤과 망설임을 파악해 이용자를 격려하며, 사용자의 90.1%가 "AI와의 대화 덕분에 실전 긴장감이 줄었다"고 답했다고 개발사는 밝힌다.

실제 이용자들의 이용 후기를 들어봤다.

▶ 박민서(25세, 대학생) · 1년 사용
"AI와 대화하면서 실력이 느는 게 보이지만, 자신과 관련 없는 상황이 주어지면 금세 지루해진다. 연간 12만 9천 원이라는 구독료를 내기엔 아까운 느낌도 든다."

▶ 문지유(22세, 대학생) · 2달 사용
"AI가 단순히 틀린 문장만 간단히 수정해 줄 뿐, 맥락에 맞는 어려운 어휘나 논리성을 추천하지는 못한다. 중급자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 C 앱 — 경쟁 뱃지가 학습 목표를 대체할 때

40개국 이상의 언어를 무료로 제공하는 C 앱은 스마트폰 알림을 통해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퀴즈를 풀도록 유도한다. 이 회사의 연구자 샹잉 장(Xiangying Jiang) 등이 Foreign Language Annals에 실은 논문 "초급 단계 듀오링고 과정의 읽기 및 듣기 성과 평가 (Evaluating the reading and listening outcomes of beginning‐level Duolingo courses.)"은 초보자도 141시간만 투자하면 중급 수준의 읽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이랬다.

▶ 도현우(24세, 대학생) · 100일 사용
"리그 승급 같은 경쟁 요소 때문에 어느 순간 학습이 아니라 '점수 따기'에 집중하게 됐다. 평소에는 미루다가 하루에 몰아서 퀴즈를 끝내 버리는 부작용도 있었다."

▶ 이다겸(24세, 대학생) · 3년 사용
"실제 회화 실력이 좋아지진 않는 것 같다. 아직 기초 숫자도 셀 줄 모르는데 복잡한 인칭 변화부터 가르치는 등 학습 체계가 다소 엉성하다."

▶ 이주현(22세, 대학생) · 265일 사용
"너무 조금씩만 학습하다 보니 실력이 늘기보다는 그저 언어에 많이 노출되게 해주는 정도 같다."
세 앱을 써본 이용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하나였다. "실력이 느는 느낌은 있는데, 진짜 회화가 되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 반응에 대해 각 개발사에 입장을 물었다. B 앱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이용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내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실사용자 인터뷰와 지속적인 피드백 수집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학습의 한계를 묻는 질문에 A 앱과 C 앱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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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이 말하는 앱 학습의 효과

'아첨 현상'이 학습을 방해한다

독일 뮌헨대학교 Social Data Science and AI Lab 연구팀이 2,389건의 AI 피드백 사례를 분석한 결과, AI는 단순 오타부터 개념을 통째로 잘못 설명하는 치명적 오류까지 다양한 실수를 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가장 주목한 문제는 AI가 학습자에게 무조건 맞춰주는 '아첨 현상'이었다. 사용자가 틀린 답을 말해도 "좋은 시도예요!"라며 과도한 칭찬을 쏟아냈고, 앞으로의 공부 방향이나 스스로 학습을 조절하는 방법은 제대로 짚어주지 못했다.

퀴즈에만 최적화된 학습 방식도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자 충신 리(Congxin Li,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육학부)는 단어를 알아보는 능력과 직접 써먹는 능력은 서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앱이 친절하게 제공하는 힌트와 정돈된 환경에 뇌가 익숙해지면, 예측 불가능한 실제 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알맹이 없는 '파편화된 지식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경고한다.

(3-2번 사진 첨부 - 캡션: AI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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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은 콜센터와의 대화"

장인철(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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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AI 영어 학습 앱은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콜센터 시스템과 닮았다고 했다. 콜센터가 준비된 대답을 벗어난 질문에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듯, AI 역시 학습한 내용을 벗어나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학에서는 학습 참여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자주 접속하게 만드는 '행동적 참여', 흥미를 느끼는 '감정적 참여', 그리고 진짜 실력이 늘어나는 '인지적 참여'다. 그런데 AI 앱은 이 중 진짜 실력을 키우는 인지적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람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투와 감정, 분위기를 주고받으며 뇌를 자극한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대화 속에서 깊은 인지적 참여가 일어난다. 반면 AI는 정해진 틀을 벗어난 갑작스러운 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 결국 학습자의 뇌를 자극하지 못하는 로봇 같은 대화는 종합적인 말하기 실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AI는 학습자가 아무리 틀려도 긍정적인 반응과 과도한 칭찬만 늘어놓는다. 이러한 일방적인 친절은 오히려 실제 인간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아 대화의 흐름을 끊거나 답변이 나오기까지 지연 시간도 존재해, 실제 대화의 리듬과도 맞지 않는다.

순위 경쟁이나 캐릭터 꾸미기 같은 게임 요소도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러한 장치들은 꾸준히 접속하게 만들지만, 실제 언어 지식을 머릿속에 쌓는 인지적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게임 자체는 공부를 계속 붙잡아두는 미끼일 뿐, 진짜 실력 향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앱이 광고하는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문구는 학계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모호한 포장에 가까워요."

장 교수는 진짜 의사소통을 하려면 언어 지식 외에도 상황에 맞게 대화를 이끄는 전략과 문화적 이해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어 앱은 그중 아주 작은 조각 하나만 건드릴 뿐이다.

다만 이를 앱의 실패로 볼 필요는 없다. 특정 앱의 경우 애초에 단어 학습을 목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광고를 '단어 실력을 키워 의사소통의 기초를 돕는다'는 수준으로 솔직하게 했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결국 앞으로의 영어 앱 시장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준다는 거대한 앱 대신, '여행지에서 주문하기'처럼 이용자의 명확한 요구 하나만 확실하게 해결해 주는 틈새 특화 앱으로 활용하라는 게 장 교수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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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실력은 사람과의 대화로

앤드루 마하피 윌버(Andrew Mahaffey Wilbur) 교수(서울대 언어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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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대학영어와 고급영어 수업을 맡고 있는 앤드루 마하피 윌버(Andrew Mahaffey Wilbur) 교수는 앱으로 다진 기초를 실전 실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실제 사람과의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상대가 영어 모국어 화자든, 영어를 제2언어로 쓰는 사람이든 둘 다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모국어 화자와의 대화에서는 앱이 가르쳐 주지 않는 실제 말투와 억양, 살아있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 반면 영어를 제2언어로 쓰는 상대와의 대화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영어 실력을 높인다. 서로 완벽하지 않아 더 쉽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애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영어를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윌버 교수는 실제로 자신의 수업에서도 이론 설명보다 학생들이 서로 직접 대화해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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