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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만에 열린 비밀의 숲, ‘서울대 안양수목원’에 가다

서울대-안양시 협의 끝에 시민의 품으로… 주차 대란·식물 보존 과제도

천세민 실습기자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 인근,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곳이 있다. 2025년 11월 전면 개방한 서울대 안양수목원이다. 연구와 교육을 위해 58년간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비밀의 숲’으로 불리던 곳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식물 백과사전

수목원 초입에 설치된 목조 건물인 교육관리동을 지나면 탐방이 시작된다. 리기테다소나무 여러 그루 아래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벤치들이 놓인 이곳이 ‘숲 배움터’다.

관악산 하산길에 들렀다는 한 등산객은 나무에 달린 이름표를 유심히 살피며 “나무마다 이름이 다른데 전부 그냥 ‘나무’라고 부를 순 없지 않냐”며 “꽃사과나무, 야광나무, 아그배나무는 한참을 봐도 헷갈린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각기 다른 테마의 장소를 마주할 수 있다. 냇가 위 다리를 건너면 목공 체험을 할 수 있는 산림복합체험장이 나온다. 철쭉과 조팝나무 등 키 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인 ‘관목원’, 생소한 여러해살이 풀이 가득한 ‘숙근초원’, 그리고 연못 주위를 붓꽃과 왜개연꽃이 둘러싼 ‘수생식물원’까지 한 폭의 그림 같다. 대잔디원과 소잔디원은 나무 의자에 앉아 부채질하며 땀을 식히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현재 안양수목원엔 각종 희귀식물과 자생식물을 포함해 1,158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식물유전자원 보존 공간으로 불리는 이유다.

주차난·편의시설 부족 등 민원도 잇따라

2025년 11월, 서울대와 안양시의 긴 협의 끝에 수목원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1967년 서울대가 학술 목적으로 수목원을 조성하고, 식물 보호를 위해 일반인 출입을 통제한 지 58년 만의 일이다. 이요한 수목원장은 “수목학 분야의 주요 연구 목적은 중요 식물을 수목원으로 이전해 유전자원을 보전하고, 이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기에 전면 개방은 자칫 생태 환경을 훼손하거나 귀중한 산림 자원에 위해를 가할 위험이 동반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개방을 결정한 계기 중 하나는 2025년 9월 이뤄진 안양수목원 무상양여다. 2018년 법인화 이후 서울대는 국유재산인 안양수목원 양도를 요구해 왔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관여한 끝에 서울대는 수목원을 넘겨받은 후 일부 지역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안양시청 도시정원과 천재현 씨는 “학교수목원으로 식물을 보존해야 하는 서울대의 입장과 주민들이 얻을 이익을 생각하는 안양시의 입장에 차이가 있었다”라며, “시간이나 입장 방법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수목원 개방 소식이 알려지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2주 만에 1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올해 5월엔 산림청이 발표한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개방은 여러 문제를 낳았다. 안양시청 도시정원과 최유림 씨는 “2025년 11월 전면 개방 당시 입장객이 폭발적으로 늘어 주차 문제 등 여러 민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요한 수목원장도 “수목원 내에는 편의점, 벤치, 심지어 화장실조차 충분치 않은 등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개방 당시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편의시설은 부족해 시민들의 불편 민원이 빗발쳤다”고 회상했다.

많은 방문객을 감당할 충분한 인프라가 없었던 탓이다. 이요한 수목원장은 “수목원을 관리하기 위한 추가 인력과 예산 확보가 대학 여건상 당장은 쉽지 않다”며 “안양시에서 일부 지원을 해주고 있음에도 실질적 수요를 감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전예약제 도입으로 하루 천 명 입장 가능

서울대와 안양시는 주민들의 불편을 덜고 쾌적하게 수목원을 관람할 수 있도록 올해 3월 1일 사전예약제를 도입했다. 현재 평일 1,000명, 주말 4,000명으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안양수목원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인원을 택한 후 예약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본래 방문 하루 전에는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었으나, 최근 방문객의 편의를 고려해 잔여 인원이 있으면 당일 예약도 가능하게 바뀌었다. 현재는 평일 300~400명, 주말 1,000~2,000명 수준으로 방문객 규모가 안정화됐다.

안양수목원을 즐기려면 꼭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생수를 제외한 음식물과 음료는 반입할 수 없으며, 반려동물은 입장할 수 없다. 유모차와 휠체어를 제외한 개인용 이동장치는 이용할 수 없다. 돗자리, 카메라 삼각대도 들고 가선 안 된다. 식물 훼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이다.

이요한 수목원장은 “아름다운 자연이 베푸는 생태계 서비스를 오랫동안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숲을 훼손하는 행동은 삼가고,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며, 고요한 숲의 평화를 위해 소란한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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